의대 증원에 뿔난 의사들…내일 전공의 총회 열고 집단행동 준비


집단행동 나설 경우 의료 현장 차질 불가피
정부, 중수본 체제 전환해 일찌감치 ‘집단행동 금지’ 명령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사진=이솔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발표에 반발한 의사들이 설 연휴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휴업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이 집단휴업이나 연가투쟁, 집단 사직서 제출 같은 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의 차질이 불가피해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집단행동을 준비할 계획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 방침을 정하면서 “정부가 싫증 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격한 표현으로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조만간 비대위원장이 선출되고 비대위 체제가 되면 집단행동의 방식과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의협이 ‘총파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만큼 집단행동의 방식은 병원의 문을 닫는 ‘집단 휴진’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협이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중심의 단체인 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참여율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큰 혼란이 우려되는 것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은 2020년 의대 증원 추진을 무산시켰을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당시 의협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10%가 채 되지 않았지만 전공의들은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해 ‘의료 공백’이 컸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그동안 입장 표명에 소극적이었지만, 정부가 ‘2천명’이라는 증원 규모를 내놓은 뒤에는 “해도 너무 지나친 숫자다.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7일 박단 회장 SNS)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집단행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전협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미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복지부는’법에 따른 엄정 대응’이라는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실무적인 준비까지 마쳤다.

복지부는 증원 규모를 발표하기 전 이미 파업 돌입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실무적으로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전공의 개개인에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6일 의대 증원 규모 발표 후 의협이 집단행동 방침을 밝히자 곧바로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하고 중수본을 설치한 뒤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했다. 다음날인 7일에는 전공의를 교육하는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도 명령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2025학년도 입시의 의대 정원 규모는 5056명으로 올해보다 2000명 확대했다. 계획대로 증원이 되면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의대 정원 대폭 확대를 ‘결심’한 것은 의사 수가 부족해 지역·필수 의료가 붕괴 위기에 처한 만큼 지금에라도 의사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의료계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에 대한 낮은 처우 때문에 지역·필수의료의 의사 인력이 부족한 만큼 정원을 늘려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의협의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한국의 활동의사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아 현재 의사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47년엔 OECD 평균을 넘어서게 된다”고 주장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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